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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인터뷰
49 [습관성도박치료전문기관] 한국마사회 소속 유캔센터, 한영옥
구분 임상/상담 작성일 12.10.11 조회 9495

현 업무, 평소 느끼는 점들

 

저는 습관성도박치료전문기관인 한국마사회 소속 유캔센터에서 임상심리학자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유캔센터는 1998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습관성 도박치료 전문기관으로 경마 이용의 건전성을 제고하고, 다양한 유형의 도박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반인들에게 전문적인 심리상담과 재활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습관성 도박은 흔히 도박중독이라고 일컬어지고,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적 편람(DSM-IV-TR, 2000)에는 병적 도박이라는 진단명으로 등재되어 있고 충동조절장애로 분류되는, 반드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정신과 장애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도박중독에 대한 대중의 이해는 40-50년 전 알코올 중독에 대해 이해했던 것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20,175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한 병적 도박 유병률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병적 도박 유병률은 0.9%이며 이를 성인 인구 대비로 추정하면 약 33만 명에 이릅니다.(한국마사회, 2009). 이 추정인구가 적은 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도박중독 치료센터나 정신과 장면 등 치료기관에 내방하여 치료를 받는 경우는 다른 정신장애에 비해 그 비율이 상당히 저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다. 이러한 이유 중의 하나는 병적 도박의 문제를 과소 평가하거나 병적 도박을 치료가 필요한 장애로 보지 않는 이 장애에 대한 인식 부족 때문일 것입니다.

가장 보편적인 도박중독치료는 병적 도박자 개인을 대상으로 한 집중적인 개인상담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도박중독자의 심리치료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모든 중독자들이 그러하듯이 특히 도박중독자들은 자신의 중독문제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상담소에 내방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로 가족에 의해 반 강제적으로 끌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습관성 도박중독자가 내방하면 도박중독진단검사를 통해 도박중독의 심각성 정도를 평가하고 진단을 합니다. 도박중독과 관련된 심리적 문제를 평가하기 위해서 성격검사 등 제반 심리학적 평가를 합니다. 평가를 거친 후 개인심리치료로 들어갑니다. 개인 심리치료는 주 1회 50분에서 1시간가량 상담자와 내담자의 일대일 심층면담과정으로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도박중독자들이 자신의 도박문제를 인식하도록 돕는 과정, 상담에 대한 동기강화, 도박에 대한 비합리적 사고에 대한 수정, 스트레스 관리, 여가관리, 재정상담. 재발방지 등을 다루게 됩니다. 개인 심리치료 이외에 약물치료, 집단상담, 가족치료, 부부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이 있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맞춤형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치료 동기 또한 낮은 도박중독자를 진단 및 평가, 심리상담 을 하는 것이 저의 주 업무입니다. 도박중독자를 가족 구성원으로 둔 가족들의 고통 또한 심각하기 때문에 도박자 가족 구성원들에 대한 가족교육 및 심리치료 역시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도박중독 관련 연구 및 도박중독예방사업도 하고 있으며, 중독에 관련된 정책 제안, 중독예방이나 치료모형 및 구체적인 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워낙 도박중독자의 치료가 어렵다는 것이 정평이 나 있는 터라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현장에서 치료 동기가 낮은 내담자와 상담할 때 에너지가 고갈되곤 합니다. 회복되었다가 다시 재발하여 치료를 거부하거나 치료 장면에 다시 오지 않을 때 상담자의 좌절은 말할 수 없이 큰 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힘들고 고된 작업을 통해 치유되는 내담자들 또한 많은데, 이러한 내담자들이 도박중독에서 벗어나는 것 뿐 아니라 삶의 가치가 변화하고 인격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상담자 또한 성장하며 어려운 만큼 기쁨과 보람은 배가 됩니다.

 

 

도박중독상담을 하게 되기까지

 

도박중독상담은 심리치료 및 상담분야 가운데 매우 특수한 영역이기 때문에 심리학자들에게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우연한 기회로 도박중독상담분야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도박중독상담현장에서 일할 때 두려움 반 호기심 반이었습니다. 왠지 전문성이 더 필요할 것 같은 도박중독에 대해 별로 아는 바가 없는 데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서 비롯된 두려움이 있었던 반면 새로운 출발과 도전에 대한 호기심 또한 컸습니다. 필자는 도박중독상담현장에 오기 전에 다양한 상담현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우선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임상 및 상담심리 전공의 석사와 박사 과정을 졸업하였습니다. 현장 경험으로는 석사 졸업 후 대학병원 정신과에서 임상심리 수련과정을 마치고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하였습니다. 전문가 자격증 취득 후 소아청소년정신과에서 아동 및 청소년의 심리검사와 부모상담을 담당하였고, 가정법원에서는 가사조사관으로서 이혼하는 부부의 상담 및 조정 업무를 하였습니다. 또한 대학상담현장에서 대학생의 심리, 진로 상담을 해오다가 도박중독상담현장으로 일터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현장에서의 상담경험과 내담자에 대한 애정과 도박중독이 치료될 수 있다는 치료에 대한 강한 신념으로 인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되었고 도박중독상담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도박중독상담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하려면?

 

도박중독상담분야에서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이상심리학, 임상심리학, 심리검사, 가족치료 등의 심리학 영역이 실제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제가 공부할 당시만 해도 중독심리관련 과목이 개설되지 않았었고 그 때에는 매우 생소한 분야였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중독 관련 학과는 물론 일반 심리학과에서도 중독심리관련 과목들이 증설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중독상담분야에 관심이 있는 예비 심리학도들이 중독관련학과 및 심리학과에서 개설되는 중독심리관련 과목을 수강해 둔다면 향후 중독관련 분야 자격증을 취득할 때 중독심리사(한국심리학회 산하 한국중독심리학회) 교육과정을 면제받는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염두 해 두면 좋을 것입니다. 또한 다양한 현장 경험을 통해 실무 감각을 익히는 것이 특히 상담분야에서는 매우 중요하고, 꼭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심리학이 사람을 이해하는 학문이니 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접촉하면서 이론에서 배운 바를 직접 확인하며 풍부한 경험을 쌓는 것이 필수적임을 다시 한 번 강조 드립니다. 분명히 관련 기관에서의 자원봉사, 단기교육 등을 비롯한 다양한 경험은 실제 현장에서 일할 때 소중한 자원과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심리치료 분야가 전문영역이라 석사 후 관련기관에서의 현장경험 후 전문학회에서 실시하는 소정의 자격심사를 거쳐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전문가 자격증의 유형이 다양해서 학사 졸업 후 일정 기간의 수련을 마치면 자격증(중독심리학회의 중독심리사)을 취득할 수 도 있습니다. 또한 학사 졸업 후 단기간의 집중적인 교육 예컨대, 도박중독전문양성과정 및 도박중독예방강사과정(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을 이수하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고 도박중독 예방 강사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

 

 

도박중독상담을 하고 싶은 분들에게

 

도박중독상담이 결코 쉬운 아니며 상담자를 소진시키는 고된 작업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도박중독치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현장에서 도박자와 상담할 때 특히 초기에는 과연 도박중독이 치료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기도 하며, 때론 재발하는 내담자들을 만날 때 실망하기도 하고 상담자로의 무능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상담자가 먼저 치료에 대한 신뢰를 갖고 내담자를 대하면 내담자도 변화할 수 있다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재발 또한 회복의 한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내담자의 재발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저 도박중독은 오랜 시간에 걸쳐 풀어나가야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상담자도 도박자도 도박자의 가족들도 인내하고 버텨나갈 자원과 힘을 키워야 함을 새삼 깨닫습니다.

앞에서 치료가 필요한 도박중독자의 추정인구가 33만명에 이른다고 하였지만 예방적 차원에서 볼 때 잠재적인 고위험군, 특히 누구나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인터넷 도박의 경우에는 청소년들에게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어 이러한 잠재적 위험군까지 합산한다면 심리학자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인구는 실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습다. 즉, 도박중독의 치료 및 예방사업을 해야 할 심리학자들이 대폭적으로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제 도박중독이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도박중독상담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고 도박중독의 문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예비심리학도들의 과감한 도전과 인간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가지고 도박중독상담장면에서 일하게 된다면 한 개인의 삶을 회복시키고 삶의 변화와 성장을 도모하는데 의미있고 가치로운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더 큰 차원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추구하는 우리 사회의 중요 과제를 실현하는데 익일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박중독에 대한 예비심리학도의 관심의 제고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도박중독의 심리치료!, 도박중독자를 중독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 개인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위대한 작업입니다.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고 그의 삶을 바뀌게 할 수 있는 의미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매력이 아닐까요?